성추행합의금을 주고받는 합의서에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문장이 들어가거나, 같은 뜻을 담은 처벌불원서가 따로 만들어지는 일이 많습니다. 이 한 장이 사건에서 어떤 힘을 갖는지는 피해자와 피의자 모두 잘못 알기 쉬운 부분입니다. 성추행 사건에서 처벌불원서는 절차를 끝내는 서류가 아니라, 판단하는 사람이 살펴보는 여러 사정 가운데 하나입니다.
사건을 끝내는 힘은 법이 정한 범죄에만 있습니다
법에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범죄, 흔히 반의사불벌죄라고 부르는 범죄가 따로 있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가 나오면 법원은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327조 제7호).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에서 고소가 취소된 경우도 같은 결과가 됩니다(같은 조 제6호).
강제추행을 비롯한 성추행 범죄는 두 갈래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성추행을 친고죄로 다루던 형법 제306조는 2012년 12월 개정으로 삭제되었고, 부칙은 이 개정을 시행 뒤에 저지른 범죄부터 적용하도록 정했습니다. 그 뒤에 일어난 사건에서는 처벌불원서가 제출되어도 수사와 재판이 이어집니다.
처벌불원이 살펴지는 두 자리
- 기소 여부를 정할 때 — 지방공소청 검사가 기소하지 않기로 정할 때에는 형법 제51조에 열거된 사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47조). 처벌불원은 그 사항 가운데 '범행 후의 정황'으로 읽히는 사정입니다.
- 형을 정할 때 — 기소된 뒤 법원은 같은 조문의 사항을 참작해 형을 정하고, 집행유예 여부를 판단할 때도 그 사항을 봅니다(형법 제62조).
어느 자리에서도 처벌불원서가 결론을 정하지는 않습니다. 사건의 내용과 피해의 정도, 그리고 처벌불원이 어떤 경위로 나왔는지, 피해자가 스스로 정한 것인지도 함께 살펴질 수 있습니다.
처벌불원서와 고소 취소서는 다른 서류입니다
합의할 때 두 서류를 함께 요구받는 경우가 있는데, 둘은 법적 성격이 다릅니다. 형사소송법 제232조는 고소를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게 하면서, 고소를 취소한 사람은 다시 고소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처벌불원서는 처벌에 관한 피해자의 의견을 밝히는 서류이고, 고소 취소는 고소라는 절차 행위 자체를 거두는 일입니다. 같은 사건에 다른 사람이 함께 관련되어 있거나 고소 범위가 넓다면, 무엇을 거두는 서류인지 특히 분명히 해 두어야 합니다.
피해자가 쓰기 전에 따로 정할 수 있는 것
처벌불원서는 합의서와 한 묶음으로 오가는 일이 많지만, 피해자는 다음을 각각 정할 수 있습니다.
- 민사상 손해만 정리하고 처벌에 관한 의견은 밝히지 않을지
- 의견을 밝힌다면 어떤 문구로 쓸지 —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와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는 읽히는 무게가 다를 수 있습니다
- 언제 낼지 — 지급이 모두 끝난 뒤로 할지, 서명과 같은 날로 할지
- 누가 낼지 — 본인이 직접 제출할지, 피해자 변호사를 통해 제출할지
상대 측이 미리 작성한 처벌불원서를 들고 와 서명만 해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서명하기 전에 문장 하나하나가 내 뜻과 맞는지 읽고, 맞지 않는 표현은 고쳐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특히 "향후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처럼 형사 의견과 민사 청구를 한 문장에 섞어 놓은 문구는, 처벌에 관한 의견만 밝히려던 피해자의 뜻보다 넓게 읽힐 수 있으므로 따로 나눠 쓰는 편이 안전합니다.
처벌불원 문구가 없는 합의도 가능하고, 합의를 하지 않는 것도 피해자가 고를 수 있는 길입니다. 거절과 보류에 관해서는 합의를 거절할 권리를 다룬 문서를 참고하세요.
피의자 측이 알아 둘 한계
피의자 측에서는 성추행합의금을 지급하고 처벌불원서를 받으면 일이 정리된다고 기대하기 쉽지만, 앞에서 본 것처럼 절차는 계속됩니다. 처벌불원서를 받으려고 피해자에게 직접 찾아가거나 거듭 연락하면 그 자체가 새로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또 합의서나 처벌불원서에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다" 같은 문장이 들어가면 그 문서가 기록에 함께 남습니다. 사실관계에 다툼이 있는 상황이라면, 서명 전에 그 문구가 무엇을 인정하는 것으로 읽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처벌불원서를 낸 뒤 생각이 바뀌면 어떻게 하나요?
A. 성추행 사건은 처벌불원으로 절차가 끝나는 범죄가 아니어서, 바뀐 의견을 다시 밝힐 길이 막혀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먼저 낸 서류도 기록에 그대로 남으므로, 의견이 왜 바뀌었는지 설명할 수 있도록 경위를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Q. 처벌불원서를 내면 피해자가 더는 수사에 응하지 않아도 되나요?
A. 처벌불원서를 냈다고 피해자의 진술이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절차가 계속되는 만큼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다시 연락이 올 수 있고, 그때 피해자 변호사가 함께할 수 있습니다.
Q. 처벌불원서에 정해진 양식이 있나요?
A. 법으로 정한 양식은 없습니다. 어느 사건에 관한 것인지, 누가 어떤 의사를 밝히는지, 작성한 날짜와 서명이 담기는 것이 보통이고, 문구는 피해자가 이해한 뜻 그대로여야 합니다.
정리
처벌불원서는 성추행합의금과 함께 오가더라도 사건을 끝내는 열쇠가 아니라 판단 자료의 하나입니다. 피해자는 쓸지, 무엇을 쓸지, 언제 낼지를 따로 정할 수 있습니다. 전체 질문 목록은 성추행합의금 안내 첫 화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근거: 형법 제51조·제62조·제306조(2012-12-18 삭제, 부칙 제2조 적용례), 형사소송법 제232조·제247조·제327조 제6호·제7호, 공소청법(2026-10-02 시행) — 국가법령정보센터 현행 본문 2026-10-2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