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합의금 이야기가 언제 오가느냐에 따라 그 합의를 들여다보는 기관과 자리가 달라집니다. 같은 문구의 합의서라도 경찰이 수사하는 동안 만들어졌는지, 공소청 검사가 기소 여부를 정하기 전인지, 법원이 재판하는 중인지에 따라 쓰이는 곳이 다릅니다. 다만 어느 단계의 합의도 결과를 약속해 주지는 않습니다.
이 문서는 단계마다 합의가 어떤 판단에서 어떤 사정으로 다뤄지는지, 그리고 그 시점에 알아 둘 한계를 차례로 정리합니다. 피해자 쪽에는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피의자 쪽에는 단계마다 무엇이 기록에 남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전제: 합의가 절차를 멈추지는 않습니다
형법 제306조는 성추행을 포함한 여러 성범죄를 고소가 있어야만 재판에 넘길 수 있는 친고죄로 묶어 두던 조문이었고, 2012년 12월 개정으로 삭제되었습니다. 그 개정이 시행된 뒤에 일어난 사건이라면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하거나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고 밝혀도 수사와 재판이 그 이유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언제 합의해야 사건이 끝나나"라는 질문은 출발부터 어긋나 있습니다. 정확한 질문은 "이 시점의 합의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살펴보나"입니다.
경찰 수사 단계: 기록에 들어가는 사정
경찰이 수사하는 동안 합의가 이루어지면 합의서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가 수사 기록에 함께 편철됩니다. 성추행 같은 성폭력범죄는 2026년 10월 2일부터 경찰이 수사를 마치면 모두 공소청 검사에게 송치해야 하는데(성폭력처벌법 제26조의2),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바꾸지는 않습니다. 합의는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 뒤에 생긴 사정에 관한 자료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에는 피의자 측에서 먼저 성추행합의금 이야기를 꺼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피해자는 아직 치료가 얼마나 걸릴지, 일상에 어떤 영향이 남을지 모르는 상태일 때가 많습니다. 너무 이른 합의는 뒤늦게 드러난 손해를 담지 못할 수 있으므로, 피해자 쪽에서는 합의서가 무엇까지 정리하는지 더 꼼꼼히 봐야 합니다. 정리 범위가 나중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합의 뒤 민사 청구를 다룬 문서에서 이어집니다.
피의자 측도 이 단계의 합의를 서두를수록 놓치는 것이 생깁니다. 피해자의 연락처를 모르는 상태에서 연락을 시도하다가 피해자에게 부담을 주거나, 합의서 문구를 충분히 읽지 않은 채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문장에 서명하는 일이 대표적입니다. 수사 단계의 합의는 기록에 남는 만큼, 무엇을 약속하고 무엇을 인정하는지 문서로 분명히 해 두어야 뒤 단계에서 설명이 엇갈리지 않습니다.
기소 여부 판단 단계: 공소청 검사가 참작하는 사정
2026년 10월부터 경찰이 송치한 사건의 기소 여부는 지방공소청 검사가 판단합니다. 기소편의주의를 정한 형사소송법 제247조는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판단의 기준으로 형법 제51조를 끌어오고, 그 제51조가 꼽는 참작 사항 가운데 하나가 '범행 후의 정황'입니다. 합의와 피해 회복은 주로 이 항목에서 살펴집니다.
참작한다는 말은 저울에 올린다는 뜻이지, 합의가 있으면 기소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사건의 내용과 피해의 정도가 함께 놓입니다. 한편 2026년 개정 형사소송법은 고소인 등이 검사에게 면담을 신청해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두었습니다(제245조의13, 받아들일지는 검사가 정함). 피해자는 합의를 했든 하지 않았든 이 단계에서 자기 의견을 전할 수 있습니다.
재판 단계: 형을 정할 때 살피는 사정
기소된 뒤에는 법원이 형을 정하면서 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고, 집행유예를 판단할 때에도 같은 사항을 봅니다(형법 제62조). 이 단계에서 이루어진 합의도 범행 후의 정황으로 다뤄집니다.
재판 중에는 두 가지 제도가 더 열립니다. 하나는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모를 때 피고인이 쓰는 형사공탁인데, 피해자의 동의가 필요 없다는 점에서 합의와 성격이 다릅니다. 자세한 차이는 형사공탁과 합의를 비교한 문서에 정리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재판 중인 사건의 두 당사자가 민사 다툼에 관한 합의를 공판조서에 기재해 달라고 공동으로 신청하는 제도입니다(소송촉진법 제36조). 이렇게 적힌 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므로, 약속한 지급이 지켜지지 않을 때 다시 소송을 하지 않고도 집행의 근거로 쓸 수 있습니다.
판결이 확정된 뒤: 형사 결과는 그대로, 민사가 남습니다
판결이 확정된 뒤의 합의는 이미 정해진 형사 결과를 바꾸지 못합니다. 이때의 합의는 손해배상처럼 당사자 사이에 남은 민사 문제를 정리하는 의미를 갖습니다. 늦었다고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형사 절차 안에서 사정으로 살펴질 기회는 이미 지나간 뒤라는 점을 알고 판단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합의는 빠를수록 좋은가요?
A. 이른 합의는 더 여러 단계에서 사정으로 살펴질 수 있지만, 피해의 범위가 다 드러나기 전에 정리되는 위험도 함께 커집니다. 피해자가 아직 판단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기다리는 것도 정당한 선택입니다.
Q. 경찰 단계에서 합의했다면 공소청이나 법원에 다시 알려야 하나요?
A. 사법경찰관이 사건을 송치할 때는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함께 보내도록 되어 있어, 수사 기록에 편철된 합의서도 함께 넘어갑니다. 다만 그 뒤 지급이 끝났거나 조건이 바뀌었다면 그 사실을 보여 주는 자료를 단계마다 다시 확인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Q. 항소심에서 이루어진 합의도 살펴지나요?
A. 제2심도 형을 정하는 재판이므로 그 시점의 합의 역시 범행 후의 정황으로 다뤄질 수 있습니다. 배상명령 신청과 공판조서에 합의를 적어 달라는 신청도 제1심과 제2심에서 할 수 있습니다.
정리
성추행합의금은 시점에 따라 살펴지는 자리가 다를 뿐, 어느 시점에서도 결론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피해자는 자기 속도로 판단할 수 있고, 피의자 측은 단계마다 무엇이 기록에 남는지 알고 움직이는 편이 낫습니다. 다른 질문은 성추행합의금 안내 첫 화면에서 이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근거: 형법 제51조·제62조·제306조(2012-12-18 삭제), 형사소송법 제245조의5 제1호·제245조의13·제247조, 성폭력처벌법 제26조의2(2026-10-02 시행), 소송촉진법 제25조·제26조·제36조, 민사소송법 제220조, 공소청법(2026-10-02 시행) — 국가법령정보센터 현행 본문 2026-10-20 확인